공무원연금공단 면접 후기
Intro
떨어질 줄 알았는데, 붙었습니다. 턱걸이로 간당간당하게… 그래서 이전 코딩테스트 후기에 이어서 면접 후기 작성해 봅니다.
면접에서 기술적인 질문이 하나도 없었어서 그냥 안쓸까 하다가, 공무원연금공단 전산직 면접 후기는 찾기가 힘든 것 같아서 써봅니다.
준비했던 과정들을 생각나는대로 두서없이 작성해 보았습니다. 면접 정보가 생각보다 많이 없어서 그냥 짜잘한 내용들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다 적었습니다.
실기 합격 발표
때가 되면, 서류전형과 마찬가지로 직접 확인하라고 문자가옵니다.
확인해보니 커트라인이 60 점인데, 61.8 점
으로 통과했습니다.
코딩은 난이도 中 문제인 내쉬 균형 문제가 1.8점인 것 같고, SQL은 뭐가 틀렸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난이도별 차등 배점은 없어보입니다.
그리고 면접에서 코딩테스트 결과에 대한 자료가 면접관 분들한테 안가는지 일절 언급이 없었습니다.
여튼 뭐 꽤나 많은 분들이 실수했는지 아슬아슬하게 면접 기회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도 말씀드렸듯, 공공기관 면접은 준비해본 적이 없어서 면접을 어떻게 해야하나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무엇보다 지금 공공기관 면접에 시간과 비용을 쓰는게 합리적인 선택인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신입 초봉 조사
조금이라도 준비할지 말지 일단 사람의 원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신입 초봉
을 살펴봅니다.
오… 뭐가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략 3700만원
입니다. 그리고 보수규정에 따라 경력 1년 당 가산되는 금액이 군 경력은 100% 인정이라 76만 8천원
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4000 만원이 넘어갑니다. 오…!?
다 인정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군필 남성의 기간만 인정해줘도 4000에 가깝기는 합니다. 티맥스소프트 같이 조금이라도 초봉 높은 곳 갔다가 이직하려는 계획을 가진 분들께 차선책으로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출처: 공무원연금공단 - 보수규정 및 보수규정시행규칙 일부개정안 사전예고
위치는 공항에서 먼 곳이라 그런지 싫어하시는 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부분이고, 유튜브를 보면 사택
도 제공하니 주거 걱정도 없습니다. 부모님 품을 벗어나 월세집 잡으면 주거비만 1년에 한 천만원 깨지는데, 점점 마음에 들어버립니다…
그래서 일단 기본적인 준비는 하기로 합니다.
양복 준비
양복을 친구 결혼식에 입고 갔다가 살이 쪄서 그런지 상의가 터진 상태입니다. 또 양복을 입어도 넥타이나 벨트는 불편해서 안하고, 구두는 잘 안신다보니 신발장에서 썩었는지 구두 밑창이 그냥 바스라져 버렸습니다. 꽤 비싸게 주고 샀던 유명한 브랜드 구두인데, 구두 다시 사기가 겁납니다.
잘 입지도 않는거 새로 사기도 그렇고, 예전에 청년들 무료로 양복 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했던게 기억나서 빌리기로 합니다.
저는 경기도 사람이라 잡아바 어플라이에서 신청했습니다. 월요일 저녁 늦게 신청했는데, 담당자분이 감사하게도 화요일 9시 5분에 빠르게 승인해주셔서 수요일로 예약하고 갔습니다.
양복 대여해주는 업체는 건대에 있는 열린 옷장이라는 곳입니다. 가면 키, 몸무게, 치수 잰 후에 예약할 때 고른 선호 색상의 양복을 준비해 주십니다. 넥타이도 어울리는 걸로 추천해주시구요.
최종적으로 양복 상하의, 와이셔츠, 벨트, 넥타이, 구두 세트로 빌렸습니다.
나라에서 지원해줘서 무료로 빌릴 수 있으니 너무 감사하긴 한데… 양복 퀄리티가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나이 30넘어서 입으니 너무 없어보여서 기존에 있던 양복 터진부분만 꿰메서 입었습니다. 빛나는 20대 였다면 그냥 입었을 텐데, 나이 많음으로 인한 칙칙함과 낮은 양복 퀄리티가 합쳐지니 봐주기 힘들었습니다.
여튼 양복과 와이셔츠는 기존에 있던거 입고, 해결 방법이 없던 벨트, 넥타이, 구두만 면접장에 착용하고 갔습니다.
1차 면접
1차 면접은 AI 역량검사 입니다. JOBDA 에서 서비스하는 AI 역량검사를 수행합니다. 그래서 연습은 JOBDA 에서 하면 됩니다.
참고 자료로만 사용되고, 면접 점수에는 전혀 반영안된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좀 신경쓰여서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너무 귀찮아서 2번 정도 연습하고 바로 실전으로 갔습니다. 연습 2번 하는 것도 시간이 꽤 걸려서 빨리하라고 독촉문자 받았습니다.
JOBDA에서 연습할 때와는 다르게 인성검사
랑 게임
만 합니다. 카메라 켜놓고 면접 질문에 답하는 것도 할 줄 알고 나름 깔끔하게 입었는데, 안합니다.
2차 면접
양복 빌리고 오느라 그나마 있는 하루도 온전히 2차 면접에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면접 학원이라도 가볼까 고민했는데, 광고하는 학원 가격을 보니 기본 3회 50만원이길래 그냥 혼자서 하는데까지 해보는걸로 마음 먹었습니다.
인바스켓 PT 면접 준비
전산직은 인바스켓 PT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나오는건지 자료를 찾을 수 없었는데, 예제 문제를 참고자료로 제공해 주었습니다.
주어진 예제를 보니 배경 상황과 관련 자료가 주어지고, 과제 2개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30분 동안 발표 자료를 작성하고 5분 동안 발표하는 방식입니다. 자세한 것은 아무래도 공무원연금공단 자산인 것 같아 그대로 공유하기는 어렵겠습니다.
대충이라도 예제를 설명드리면 클라우드를 공무원연금공단에 어떻게 잘 적용할지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었습니다. 클라우드 쪽도 어느정도 공부했던거라, ‘뭐 이정도면 걱정 없겠다.’ 하면서 넘어갔는데, 시험장 가서 당황의 연속이었습니다.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면접 내용에서 작성하겠습니다.
종합역량면접준비
유튜브를 보면 공기업/공공기관 면접 준비는 따로 다루다보니, 걱정돼서 인터넷 강의라도 구매할까 하다가 그냥 유튜브에 공개돼 있는 영상 보면서 1분 자기소개
와 지원동기
만 작성하고 외웠습니다. 이것도 쉽게 작성한 것처럼 썼지만, 밤 10시 넘어서 완성했고, 면접 당일에도 수정했습니다. 그런데 면접 때 안물어봤습니다. 후후…
다른 면접 질문은 그냥 뭐 어떻게든 해보기로 하고, 자기소개서 썼던거 살펴보다가 00 시가 넘어, 시간 상 면접 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전산직은 뭐하는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유튜브를 보니 공공기관은 자기들 사업 뭐 하는지 알고 있는 지원자를 좋아한다길래 입찰/계약
게시판을 살펴봤습니다.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용역과 최근에 구축한 지능형 연금복지시스템
용역 문서를 보면서 전산 직원으로 할 일이 뭐가 있나 살펴봤습니다. 그나마 이걸 본게 면접에서 할 얘기를 만들어줬습니다.
이렇게 이것저것 02시까지 살펴보다가 잠들었습니다.
면접장으로 이동 및 대기
면접 장소는 코엑스
였고, 시간은 늦은 오후였습니다. 코엑스에 오랜만에 가는거라 길 잃을까봐 조금 일찍 나섰습니다. 삼성역에서 코엑스 전시장까지 가던 길이 생각나서 다행히 헤메지 않고, 명시되어 있던 시간보다 1시간 일찍 도착했습니다.
접수하는 곳에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접수하는데, 제가 면접보는 날은 26명인가 28명인가… 명단에 있었고, 4~5명 정도 결시 표시가 돼있었습니다.
접수 후에는 대기실에서 다시 또 신분증 확인하고, 면접비 5만원 받고, 대기합니다. 대기하면서 먹을 수 있는 과자와 물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또, 자격증 증빙자료와 무슨 내용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뭔가를 서명하고 제출했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읽어보지도 않고 사인을 했네요.
책상에 적혀있는 면접전형 유의사항을 읽고, 적혀있던 시간 보다는 딜레이가 돼서 1시간 조금 넘게 1분 자기소개, 지원동기, 자기소개서만 무한 반복했습니다. 물어보지도 않는걸… 후후…
그리고 때가되면 진행하시는 분이 인바스켓 PT 면접용 발표 자료 작성하는 곳으로 데리고 갑니다.
인바스켓 PT 발표 자료 작성
발표 자료 작성하는 곳으로 가면 노트북이 있는 자리로 안내 받아 앉습니다. 그리고 형식적인 주의사항을 로봇처럼 읽어줍니다.
A4 뭉치를 스테이플러로 찝은 과제 자료가 배부되고, 노트북에 있는 발표자료 양식을 실행시킨 후 스탑워치로 30분 체크를 시작합니다.
과제 자료를 넘겨서 과제를 보자마자 멘붕이 왔습니다. 과제가 자세히는 기억이 안나서 대충 적어보겠습니다. 하나는 새벽에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서 원인을 파악한 후 복구 중인데 곧 업무 시간이라 시스템 담당자로서 뭘 해야하는지 묻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직원들이 실수로 보안 내용을 파일에 포함하는 등 보안상 문제가 있는 행위를 파악하고 방지하는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라고 합니다.
개발쪽이라 소프트웨어 설계 과제를 골라야 하나 싶었지만, 30분안에 인터넷 검색도 없이 설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패스합니다. 시간을 많이 줬어도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문제가 생긴 시스템의 원인도 이미 파악되고, 이미 복구 중인데 뭘 해야하는지 잘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시스템 결함이라면 일단 이중화 언급해야지!
했는데, 참고자료를 보니 이중화 시스템 가동시간 보다 네트워크 장비 교체가 빨라서 이중화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멍 때리다가 떠오르는 대로 3가지 방안을 한 10줄 정도 적었습니다. 분량 좀 있어보일라고 방안마다 여백 넣어서 분량 늘리기 시전했습니다.
이미 아무것도 안떠오르는 상태에서 감독하시는 분이 5분… 1분… 남았음을 알려주십니다. 시간이 끝나면 면접관들에게 나눠 줄 4장과 본인이 참고할 자료 1장을 포함해서 총 5장을 직접 출력합니다.
다시 대기
출력한 PT 발표자료를 들고 밖으로 나가, 다시 이전 면접자가 끝날 때까지 대기합니다. 대기하는 동안에는 발표자료를 볼 수 없습니다. 별로 적은게 없다보니 그냥 머리속으로 되뇌어 봐도 모두 떠오릅니다.
입사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 분이 저보다 더 긴장한 모습으로 저와 같이 대기하면서 면접에 대해 안내해줍니다.
크게 멘붕이 왔는지 몸이 긴장은 한 것 같은데 심장이 빨리 뛰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멘붕 상태로 기다리다보니 이전 면접자분이 나오셨고, 저는 발표자료를 들고 안내자분을 따라 면접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인바스켓 PT 시작
다대다 면접이라는 글도 봤었는데, 그건 아무래도 사무직 면접인 것 같습니다. 혼자서 면접장으로 되도 않는 썩은 미소를 띄며 걸어 들어갔습니다.
늦은 시간의 면접이라 그런지 들어가자마자 피곤함이 묻어나는 얼굴과 귀찮다는 듯한 표정의 면접관 4명을 마주합니다. 면접관 한 명씩 친절하게 발표자료를 나눠줄까 하다가, 그냥 달라길래 4장을 입구에서 제일 가까이에 있는 면접관에게 줍니다. 친절한 척 하려고 방향도 면접관 쪽으로 돌려서…
혼자서 다구리 당하는 책상에 앉아 인바스켓 PT 발표 시간은 3분
이고, 시간 되면 알아서 끊어준다는 안내와 함께 발표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얼마 안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준비한 내용을 다 읊고나니 면접관들의 당황한 표정과 함께 정적이 흘러서 ‘이상 발표 마치겠습니다.
‘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난타를 당할 뿐…
조금 기억나는 것은… 쓸게 없어서 이중화도 결국 썼는데, 시스템 이중화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는데 이중화 시스템도 고장난 상태라면 어떻게 할거냐?
라는 질문이 나왔습니다. 면접관 분들이 이중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던 과제 자료를 안봤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으로 속으로는 그정도면 직무 유기 아니냐?
라고 생각했습니다.
과제가 조금 추상적으로 주어지는 부분이 있으므로, 발표할 때 상황 가정을 자신한테 유리하게 가져가는게 좋아보입니다. 또, 여유가 있으신 분들은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같은 것도 학원이나 스터디를 통해 대비하셔야 겠습니다.
여튼… 스스로 뱉어놓고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 아무 말 대잔치와 함께 썩어가는 면접관 분들의 표정을 라이브로 지켜보던 중 나이가 가장 많고 인자해 보이셨던 분이 자기소개서 질문을 던져주시면서 자연스럽게 인바스켓 PT 면접이 끝났습니다.
얼마 안되는 내용에서 꼬리 질문 쥐어짜낸 면접관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종합역량면접 시작
당시에는 도저히 답이 없어서 자기소개서 관련해서 질문을 했나보다 싶었지만, 1분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는 끝까지 물어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자연스럽게 종합역량면접으로 넘어간 것이었습니다.
자기소개서 내용이야 잘 알고 있는 내용이니 이전보다는 잘 대답하니 면접관 분들의 표정이 조금이나마 펴졌습니다. 자기소개서는 뭐 물어봤었는지 잘 기억이 안나고, 기타 다른 질문들 정리해 보겠습니다. 순서와 자세한 워딩은 기억이 안나서 생각나는대로 적겠습니다.
- 제주도에서도 근무해야하고, 때로는 다른 지역의 지사에서 순환 근무하면서 전산업무가 아닌 행정 업무가 주가 되기도 하는데 가능한가?
- 갈등 경험은?
- 가장 자랑할 만한 프로젝트 소개
- 사용하는 기술은? (기술의 특징은 필요 없음)
- 공단이 하는 사업 중에 자신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 공무원연금법 같이 법도 보면서 일 해야하는데 괜찮?
- Java 실력이 10점 만점에 몇 점?
- (용역 업체의 개발 과정을 관리, 감독 잘 하겠다는 것에 대한 꼬리 질문) 우리는 직접 개발도 해야하는데?
- 부당한 업무 지시(예. 나한테만 일을 몰아줌)를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
위 질문 중 기여할 부분을 이야기 할 때, 앞서 언급했던 입찰/계약
게시판에 나와있는 내용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이때부터 그나마 면접 분위기도 풀리고, 면접관 분들하고 대화하듯 이야기 했던 것 같습니다.
면접 마무리
이제 좀 대화가 통해서 면접이 재밌어 지려는데, 시간이 다 됐다는 면접관님의 말씀과 함께 급 마무리 됐습니다. 마지막 즈음에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대화가 잘 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느낌 들면 망한거라는 유튜브 영상도 있어서 시무룩…
‘감사합니다.
’ 라는 인사로 마무리하고, 자리 정리 후 ‘수고하셨습니다.
’ 하면서 나가는데 눈길 조차 안줘서 마상… 나이먹고 소심해진듯 합니다.
Outro
면접 후기를 찾기 힘들어서 조금이라도 도움되고자 짜잘한 내용까지 나름 세세하게 적어봤는데, 도움이 됐을지 모르겠습니다.
연봉 2천만원 대의 뭐 하는지도 잘 모르겠는 SI 업체에도 수백명의 지원자가 몰리는 현실에서 공무원연금공단 전산직은 꽤나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입니다. 후기가 조금이나마 도움 되었기를 바라며, 이만 마무리하겠습니다.